
「세실리아 에아트리스 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끔 폐쇄된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술관의 입장을 제한한 수 년간, 많은 분들께서 세실리아의 작품들이 이대로 영영
기억 속으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저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모든 생애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본 미술관은, 수 년간의 휴식기를 거쳐 오는 2월 다시 재개장에 들어갑니다.
여러분께서 세실리아의 모든 작품들을 온몸으로 느껴주셨으면 하기에
한시라도 빨리 미술관을 개장하고픈 마음이 큽니다.
미술관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으며, 입장료 또한 예전과 같습니다.
여러분께서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해주시길 바랍니다.
본 미술관은, 여전히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하, 여러분께서도 저와 같은 마음이시기를 소망하며
테오 몽데르반 올림.」
... 몇 년 만에 접속한 세실리아 미술관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는
이런 공지사항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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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9세기의 비운의 화가, 세실리아 에아트리스
세기의 화가들이 그랬듯 세실리아의 작품들 또한 기괴하다는 비난을 받으며 당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런 그만의 독특한 화풍은 20세기부터 점점 인기가 높아져 현대에 와서야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다. 그는 그림을 그린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세계를 직접 조각해 자연이나 인간의 내면에 빗대어 표현하는 등, 누구도 감히 따라할 수 없을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묘사로 이름을 날리며 현대에서는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미술관의 입장 가능한 인원은 제한되어 있으니 미술관에 발들이기조차 하늘의 별따기, 수년간의 휴식기를 가진 세실리아 미술관에 첫번째로 발을 들인다면 그만한 영광은 또 없으리라. 세기를 뛰어넘은 작품을 그려내 현대에서는 예술의 선지자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칭송받았다.
02. 세실리아 미술관의 관장, 테오 몽데르반
십수년 전 세실리아 미술관이 처음 개장했을 때에도 관장을 맡고 있던 사람. 당시에는 직접 미술관과 세실리아의 작품에 대한 홍보를 하며 이름을 알리려 노력했던 모양이지만, 수년 전 갑작스럽게 미술관의 폐관과 동시에 자취를 감추며 행방이 묘연해졌다.
휴식기를 가진 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과, 홍보나 인터뷰에는 전혀 응하지 않아 대중들의 평판이 썩 좋지만은 않다. 심지어는 수년간의 휴식기를 거쳐 다시 재개장을 준비한다는 사실마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기에 어느 사이트에서는 테오 몽데르반의 사망설까지 돌았으나, 이 역시 근거가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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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알려진 것은 이렇습니다. 세실리아 미술관의 재개장 소식에 일시적으로
모든 공중파 뉴스가 세실리아 미술관에 대해 보도했고, 실시간 검색어가 순식간에 바뀌며
여러 사이트들의 기사마저 연달아 올라오는 등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세실리아 에아트리스의 생애가 담긴 미술관은 꽤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으며,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먼저 세실리아 미술관의 근황과 소식을 보도하기에 앞섰고
일부 SNS에서는 세실리아를 모르면 요즘 유행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한번 타오른 열기는 식지 않았는지, 오는 2월 20일 개장의 소식을 알리자
또다시 공중파의 모든 방송에서 세실리아에 대한 주제가 오르고 내리며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이 정도면 지겹네요, 여기서도 세실리아, 저기서도 세실리아.
아아, 나의 세실리아. 살아있을 때 이런 영광을 누렸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이젠 지겹더라도 세실리아 에아트리스 미술관의
유명세를 확인하러 한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저희는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